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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이야기/아이와 책 읽기

웅진 오브레인 감각놀이. 냠냠 아가 밥

by ㉾⌒∂】‰ㅸ 2021. 4. 23.

오브레인 감각놀이(구. 오브레인1)의 냠냠 아가 밥.

비싸게 정가 주고 첫째 때 구입했던 책이라 둘째 계획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못하고 저희 집에 있던 전집 중 하나인 오브레인 시리즈. 남 주기는 아깝고 팔기에는 너무 헐값이라 동생이 아기를 낳으면 물려주겠다고 이고지고 있었는데, 결국에 둘째가 생겨 아들이 보게 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웅진 오브레인은 엄청 세분화되어 첫 놀이, 정서놀이, 감각놀이, 언어놀이, 수과학놀이, 예술놀이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한데 예전에는 오브레인0, 오브레인 1, 오브레인 2로 나뉘어 나왔어요.

현 오브레인과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지금 오브레인은 각각 세부적으로 OO놀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고 오브레인0~2의 기존 책들을 각 테마에 맞게 40~50% 가량 넣고, 나머지는 새 책으로 두고 구성하고 있습니다.

표지를 먼저 살펴볼게요.

조몰락 조몰락 빚어놓은 아기 얼굴과 책 제목이 귀여워요. 옷은 뜨개로, 숟가락과 그릇은 종이로 그려 자른 듯해요.

글 윤여림, 그림 이진아입니다.

우리 아기, 이가 두 개 올라왔네요! 4~6개월 즈음이 되면 아기들 이가 하나 둘 뽕! 하고 올라오지요. 그럼 엄마 마음이 슬슬 마음이 분주해지죠. 이유식 먹을 준비가 되었어요. 책 속 아가도 "그러니까 이제 밥 주세요, 네?" 하고 외치네요. 둘째에게 읽혀주고 있자니 우리 둘째 이 올라오던 도 새록새록 생각이 나더라고요.

사랑과 정성을 담은 이유식을 준비합니다. 아가가 맛나게 먹어주길 바라면서, 소화가 편안하길 되기를 바라면서 꾹꾹 으깨고 싹싹 갈아서 보글보글 끓여 후후 식혀 아가 밥 한 그릇을 만들어줍니다.

이유식 먹일 때가 정말 바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른 음식도 해야 하고, 첫째 입맛도 고려해서 첫째 밥도 해야 하고.. 그래도 식구들 먹인다는 생각에 힘듦도 잊고 열심히 부엌데기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으로 이유식을 받아 든 아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그러더니 이내 숟가락질을 한 번 해보네요. 그런데 숟가락질이 잘 될 리가 있나요? 머리 위로 떨어졌어요.

우리 첫째는 4살 때도 잡채를 먹다가 갑자기 잡채가 든 그릇을 머리 위에 엎어서 놀기도 하고 그랬어요. 이 그림을 보니 그때가 딱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다시 심기일전하여 숟가락질을 한 번 더 해봅니다. 이번에는 입속으로 들어가려나 했는데 휘~익! 날아가 버려요.

다시 재도전! 숟가락으로 푹 떠서~ 이번엔 입으로 쏙!

으음! 맛있었나 봐요~ 눈이 동그랗게 뜨인 아기 표정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죠. 26개월 우리 아들이 이 페이지를 보더니 오잉? 하면서 깔깔 웃더라고요. 아기의 표정이 재미있어요.

한 번 맛을 보더니 이제는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어요. 숟가락은 그냥 들고 있을 뿐이에요. 손으로 냠냠~ 서툰 숟가락질보다 손으로 편하게 먹는 방법을 택하는 아기. 이미 아기의자는 물론이고 얼굴, 머리카락, 바닥에 이유식이 범벅일 거예요.

그래도 우리 아가가 정성껏 만들어준 이유식을 열심히 먹어주고 그릇도 싹 비워주니 얼마나 고맙나요. 배경 그림처럼, 아이들이 밥을 잘 먹어줄 때 알록달록 몽글몽글 예쁜 방울이 마음에 가득 차는 것 같아요. 더 달라고 말해줄 때 너무너무 기쁘죠. 부모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둘째랑 재미나게 읽고 나니 둘째 이유식 할 때가 생각이 나서 사진을 좀 찾아봤어요.

우리 아들도 사진 속 아기처럼 숟가락은 들고 손으로 먹기 바쁘던 시절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어요. 이때는 정말 하루에 3번 이유식 주고 3번 목욕시키기 바쁘던 시절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언제 이런 일이 있었나 싶네요.

주변에서는 떠먹여주지 치우기 힘들고 매번 씻겨야 하는데 왜 아이에게 숟가락을 쥐여주어 혼자 먹게 하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 책을 아이랑 같이 보면서 만약 다시 아기를 키우게 된다면 나는 이유식을 먹이게 될까? 아이 혼자 먹게 할까?를 두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쓸데없는 고민을 잠깐 해봤는데요. 다시 아이를 키워도 아기가 스스로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을 택할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자기 주도 이유식이라고 해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먹게 하는 그런 방식의 이유식 방법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명칭이 없어도 첫째도 그런 방법으로 길러왔고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느끼는 시간을 주었다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요리도 하고 치우고 씻겨야 해서 내 몸이 조금 고되긴 하지만 어린아이가 만져보고, 냄새 맡고, 맛보면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는 것이 좋더라고요.

그림책 속 아이의 표정을 보세요. 집중하는 표정, 재미있어하는 표정, 놀란 표정.. 그저 떠먹이기만 했다면 아이는 이런 일들을 느끼지 못했겠죠.

아이와 책 한 권 읽다가 이유식 이야기까지 떠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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