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상상력이 발달해서 자신의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여 말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관심을 받기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사슴을 살려주기 위한 나무꾼처럼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고가 고차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때문에 무조건 나쁘고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라고 한다.
오늘 하율이도 거짓말을 했다. 상상에 의한 거짓말도 아니고 관심을 받기 위한 거짓말도 아니었으며 선의의 거짓말도 아니었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어기제로서의 거짓말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였다. 할머니 댁이었다. 둘째가 너무 졸려하여서 재우기 위해 나는 휴대폰을 두고 아기를 재우러 방으로 들어갔다. 휴대폰은 하율이 손에 있었다. 마른 몸이 좋다며 지금보다 살을 더 빼고 싶다는 이제 갓 8살이 된 빼빼 마른 딸래미에게 '거식증' 을 구글에서 검색한 이미지를 몇 개 보여주고 있던 참이었다. 어차피 아이를 재우는 동안 휴대폰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아이 손에 폰을 두고 방으로 들어갔고 재미있는 걸 보고있는 것도 아니기에 사진을 다 보면 폰을 그만 볼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아기를 재우고 나왔는데 하율이가 어딘가 불편한 표정으로 강주ㅇ 엄마한테 하율이가 쓴게 아닌데 잘못해서 메시지가 잘 못 갔다고 지금 당장 메시지를 보내라고 다급하게 말을 했다.
가만 보니 하율이가 엄마도 동생을 재우러 들어가고 할머니도 요리를 하고 계시니 심심하기도 하고 친구 생각이 나서 마침 엄마 핸드폰도 있겠다, 절친 강지ㅇ 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서 강지ㅇ 엄마에게 톡을 쓴다는 것이 바로 위에 있는 강주ㅇ 엄마가 터치가 되었는지 거기에다 메시지를 잘못 쓴 모양이었다.
"하율이가 지ㅇ에게 보내려다가 잘못봐서 주ㅇ이에게 보냈나보구나.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라고 말을 했지만, 본인이 생각했을 때 민망한 일이었는지 절대 자기가 쓴 게 아니라고 엄마는 나를 믿지 않는다며 바락바락 우기며 울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본인이 생각했을 때 엄마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낸 일이 왠지 혼날 것 같기 때문이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눈 하나 깜빡이지않고 너무나 당당했다.
순간 이 조그만 아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이니까 그럴 수 있어~ 귀엽구나 하고 넘겨야할지, 초장에 단단히 혼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아빠도 없는 시댁에서 애를 잡는 모습을 보여야 할까? 오만 잡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지만 도서관 책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같은 책을 새로 구입 한 후 도서관 책이 본인의 책인 줄 알고 바코드 스티커를 떼었다가 본인 책이 다른 곳에 있는 걸 발견 한 후 자기가 그러지 않았다며 엄마 미워를 시전한 일) 이번에 얼렁뚱땅 넘어간다면 거짓말쟁이 아이가 될 거라 생각했다. 시댁에 있고 나발이고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아이를 망치는 엄마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엄하게 혼내는 방법을 택했다.
"너, 지금 그 말 후회하지 않겠어? 너가 한게 아니라고?"
-끄덕끄덕
"엄마는 너한테 기회를 줄거야. 거짓말 하면 너가 제일 마음이 불편해."
-"왜 엄마는 내가 다 잘못했다고 그래?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와서 하율이가 보낸 것 처럼 해서 쓴거라고! 엄마는 왜 나를 못 믿어!!"
"여기에 메시지가 남아 있는데 어떻게 이걸 다른 사람이 썼다고 하는거야? 엄마 핸드폰은 잠금이 걸려있고 이 집에서 잠금을 풀 수 있는 사람이 너랑 나 뿐인데 엄마는 애기를 재우러 들어갔었고!!"
-"그래도 어떤 사람이 와서 잠금 풀고 썼을 수도 있잖아!! 엄마는 왜 나를 못믿는거야?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이렇게 의미 없는 대화? 악쓰기를 하기를 몇 분... 눈빛하나 변하지 않고 두 눈 똑바로 마주보며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매를 들어서라도, 엉덩이를 때려줘서라도... 맞으면 아프니까 맞기 싫어서라도 진실을 말하기를 기다렸다. 방에 매로 쓸 만한 물건을 그 순간 찾기도 어려웠고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으면 나 자신이 통제가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손으로 엉덩이를 때렸다. 하율이는 울면서도 거짓말을 했다.
"엄마는 너가 그렇게 한 건 중요하지 않아. 너가 너 자신과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속상할 뿐이야"
악을 쓰며 외쳤다.
나의 부모도 이런 감정을 느껴봤겠지?
이 작고 미성숙한 아이에게 실망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아이에게 실망감을 느끼는 게 맞는 것인지 하는 생각과 이 아이를 양육한 나 자신에게 실망감을 느끼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닫힌 방에서 두 모녀의 악쓰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저녁상을 차려주신 어머니께 더이상 불편한 상황을 만들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여전히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우기는 아이와 나란히 앉아 저녁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 진정이 된 아이에게 "엄마는 너가 진심을 말할 때 까지 기다릴거야. 엄마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거야. 바르게 키울거야." 라고 정확한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꼭 끌어 안아줬다. 하율이가 내 귀에 대고 말을 한다.
"거짓말 해서 미안해요."
눈물 많은 엄마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쏟아져 내려온다. "용기내서 말해줘서 고마워. 엄마가 하율이를 잘 못키운게 아니었네. 엄마가 하율이 정말 잘 키웠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아이를 씻길 때 보니 내가 때린 엉덩이에 멍이 들어있다. 이런 바보 천치가 지 새끼 몸에 멍들때까지 때렸구나. 마음이 너무 괴롭다.
처음부터 안아줄걸. 안아주고 "하율아, 너가 실수로 메시지를 잘못보내서 마음이 불편하구나. 이걸로 너를 혼내지 않을 거야. 실수로 메시지를 잘 못 보낸 건 혼날 일이 아니야. 아니면 엄마 허락 없이 카톡메시지를 보낸걸 들켜서 마음이 불편하니?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보낸 거는 엄마에게 혼날일이 아니니 엄마는 하율이가 진실을 말 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 " 하고 더 따뜻하게 말해줄걸. 두눈 땡글하게 뜨고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겨도 안아주고 놀란 마음 먼저 진정시켜줄걸.
나중엔 그렇게 했으면서, 그럼 처음부터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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