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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이야기/육아일상

격동의 7세, 동생 스트레스

by ㉾⌒∂】‰ㅸ 2019. 9. 17.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율이. 69개월 동안 키워 보며 관찰해 본 결과 율이는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이다.

확실하게 본인이 상황을 이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도 하고.

어릴 적 부터 눈 마주치고 대화하는 것, 책을 읽히는 것에 공을 많이 들여서 엄마 눈에는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말도 잘하고 사고체계도 더 잘 갖춰진 것처럼 보인다. 강단이 있어서 어디 가서 지고 살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우리 율이를 보면 생일이 늦지만 학습적인 면에서나 친구들 관계에서도 딱 부러지게 잘 할거라는 믿음이 있다.  물론 고슴도치 사랑으로 예쁘게만 보이는 걸 수도 있지만.

 

그런 율이에게 올해 2월에 태어난 동생은 너무나 큰 변화였으리라.

외동으로 엄마 아빠 사랑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지냈는데, 엄마가 배가 불러오면서 못해주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고(그렇지만 맹세컨대, 정말 배 불러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율이를 위해서 만삭에 워터파크 가고, 한 겨울에 경주 여행가고..) 나름대로 충격이 컸을 것이다.

 

동생이 배밀이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영역이 침범되는 경험도 이전에는 겪지 못한 큰 스트레스였을거다. 나는 늘 '너를 사랑한다' 말해주지만, 입으로는 사랑을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있는 엄마를 보는 것도 힘들었을거고..

물론 엄마가 온화하게 그런 감정들을 다 받아주고 율이와 시간을 더 보냈더라면 스트레스가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청소/빨래/식사준비만 해도 벅차게 돌아가는 주부의 생활에서 이제 돌 전 미만 아이의 육아까지 껴버렸으니.. 간혹(이것도 내가 느끼기엔 간혹인데 아이가 받아들일 땐 어떨지 모르겠다.) 아이의 감정을 잘 보듬어주지 못하고 내 마음대로 쏟아낸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중립을 지키면서 감정을 쏟지 않는 육아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것 모두 상대적인 것이라 율이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잘 모르겠다.

 

원래도 예민한 아이가 이런 저런 것들이 쌓여서 짜증도 심해지고, 손톱을 뜯거나 밤에 실수를 하거나 하는 행동도 보여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유치원에서도 친구들과 관계가 좋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고.....

시간을 갖고 차차 좋아지길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았다가 내가 잠시 둘째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이 친구 엄마에게 혼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율이에게도 나에게도 큰 충격이었는데, 율이는 유일하게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친구 엄마에게 혼이 났으며 그러지 않아도 자존심이 센 아이인데 친구들이 다 지켜보는 앞에서 면박을 받은 듯 했다. 마음이 아파서 그때 상황을 그 누구에게도 자세히 묻질 못했다. 눈물 범벅이 되서 오열하고 있던 아이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으니..

 

그 이후 배가 아프다는 말도 자주했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이 우리 가족끼리 한창 예민할 우리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의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준다고 한 들 주변 사람들은 우리 아이의 예민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참 많이 속상했다. 무언가 현명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았는데 나는 도저히 정답을 못 찾겠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부랴부랴 놀라고 상처입은 율이와 나의 마음을 위해 상담센터를 찾았고 벌써 3번의 상담을 받았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우리 율이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

 

교수님께 카운셀링을 받으면서 더 잘 놀아주어야겠다, 감정을 잘 수용해 주어야겠다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육아는 정말 끊임 없이 나를 성장 시키는 과정이다. 오늘도 율이를 키우며 많이 배우게 된다. 

 

오늘 유치원에서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기를..

 

하원 후에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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